영화를 보기 전 이야기
현재 나는 영어영문학과 전공 수업 중 <영미시의 이해> 수업을 듣고 있다. 이번 2주차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감상으로 수업이 이루어졌는데,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기억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를 튼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영화를 껐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 내용이 별로 같다고 느껴서 그런 건 아니었고, 아직 볼 때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시청을 중단했던 것 같다. 아무튼 언젠가 이 영화를 제대로 보게 될 거라는 생각은 은연중에 늘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 계기로 정말로 다시 보게 되었다.
영화의 전개 구성
영화를 보면서 이것은 단순 재미로만 감상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빈 종이에다 전개 내용, 기억하고 싶은 메세지, 나의 생각 등을 적으며 영화를 시청했다. 그 덕분에 혼자서 생각하고 떠들 이야깃거리가 꽤 많아져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었다. 먼저, 내가 정리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전개 구성은 다음과 같다.
| 1. 키팅 선생의 수업: "Carpe Diem" | 2. <죽은 시인의 사회> 재결성 | 3. 닐의 꿈 발견 | 4. 토드의 무대공포증 극복기 |
| 5. 녹스의 사랑 쟁취기 | 6. 닐의 연극, 그리고 자살 | 7. 카메론의 고발 | 8. 희생양이 된 키팅 선생 |
1. 키팅 선생의 수업: Carpe Diem
윌튼 아카데미를 졸업한 키팅 선생이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자신이 다녔던 학교의 영어 교사로 새로 부임한다. 그의 수업은 굉장히 자유롭고, 도전적인 경향이 짙어서 일반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볼 법한 영어 수업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교재의 서문을 모조리 찢어서 버리게 하고, 대뜸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사진을 보게 하며 카르페 디엠의 정신을 전파한다. 모두 한 명씩 교탁 위에 올라와 새로운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한 명씩 축구 공을 차며 자신이 지은 시를 암송하게 하며, 정원으로 나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걷고, 그러면서도 모두 같이 박수치게 한다. 수시로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의미심장한 메세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바람직한 교육은 바로 저런 게 아닐까, 저런 식으로 학생들과 교감할 수 있다면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삶은 정말 멋질 것 같다, 라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다.
2~3. <죽은 시인의 사회> 재결성 -> 닐의 꿈 발견
나만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니었는지, 영화 속 학생들은 키팅 선생의 수업에 감명 받으며 키팅 선생이 학창 시절 만들었다던 <죽은 시인의 사회> 모임을 재결성한다. 이 모임은 기숙사 근처 동굴에서 돌아가며 자신이 외운 시 혹은 지은 시를 낭송하며 그에 대한 감상을 서로 나누는 모임이다. 그 중심에 있는 닐은 특히 키팅 선생의 말들에 귀 기울이며 자신이 무엇에 가슴 뛰는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에 대해 깨닫는다. 이때 닐이 토드에게 연극이 하고 싶다고 말하며 달아오른 얼굴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은 가히 명장면 중에 명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렸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동시에 예전에도 유튜브에서 이 장면을 보고 똑같이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자신의 꿈에 진심인 사람들만 보면 길거리에서든 방구석에서든 그냥 눈물부터 나온다...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올라서.
4~5. 토드의 무대 공포증 극복기 -> 녹스의 사랑 쟁취기
토드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캐릭터로, 닐의 기숙사 방 메이트이다. 좀처럼 자기 주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의사 전달을 명확히 하지 않던 토드는 키팅 선생의 도움을 통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진심을 유려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이때도 키팅 선생의 지도법에 감탄했다. 모든 학생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만드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싶으면서도 다시 한 번 저게 교육이지, 저렇게 교육해야 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뒤로 갈수록 토드와 닐의 관계성이 사랑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나만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게 아니었나 보다. 저번에 구글에 dead poets society만 검색했는데 people also ask 카테고리에 Was dead poets society queer? 같은 질문이 나와서 웃겼다. 사람들 보는 눈 다 똑같구나... 각설하고, 이후로는 녹스의 사랑 쟁취기가 나오는데 사실 쟁취보다는 쟁탈에 가깝다. 녹스가 마음에 품은 여성은 이미 약혼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1989년에 만들어진 영화이다 보니 남성의 사랑, 남성이 바라보는 여성의 이미지에 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녹스의 사랑 쟁취기도 이에 해당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아야 하는데,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 마인드로 계속해서 들이대는 녹스를 보며 굉장히 불쾌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사랑 타령하며 자신의 마음을 강요하는 모습이 매우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작중에서는 그녀가 녹스는 못 말린다는 듯 결국 녹스에게 넘어가는 식으로 영화가 그려지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영화를 더 이상 영화로 볼 수 없기에^^...
6. 닐의 연극, 그리고 자살
닐은 자신이 원하는 연극의 주인공 자리를 따내고,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대에 오른다. 연극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키팅 선생과 친구들은 닐을 향해 호평을 아끼지 않지만 연극을 보러 온 아버지에 의해 그 어떤 여운도 만끽하지 못한 채 집으로 끌려간다. 아버지는 저 대신 의사가 되라는 자신의 꿈을 재차 강요하며, 날이 밝으면 닐을 사관학교로 강제 전학시키겠다고 말한다. 그에 닐은 겨우 용기를 내 연극에 대한 마음을 아버지 앞에서 얘기하지만 다시 한 번 뜻을 짓밟히고, 결국 좌절과 절망 속에서 닐은 아버지 서랍 속에 있던 권총을 꺼내 그날 밤 자살한다. 닐의 마지막 대사를 들으며 — "I was good. I was really good." — 닐이 자살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전개되어 많이 씁쓸했다. 그렇다고 저 상황에서 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닐 것 같다. 닐은 평생을 아버지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왔고, 이제야 처음으로 자신 스스로가 원하는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도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닐은 감히 이어갈 생각을 할 수 없다. 지난 삶이 그러했으니까. 삶의 목적, 존재의 이유가 생겼음에도 닐은 더 이상 아버지를 설득할 수 없다. 최선을 다해 설득해 왔고, 그럼에도 거절당하고 또 거절당해 왔으니까. 그렇다면 닐의 삶은 불행한 것이었을까? 그 질문 역시 나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自身으로 충만한 삶을 살지는 못한다. 단 한 순간만이라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찾고, 살아 있음에 전율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닐은 생에 아주 짧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삶의 가치를 온몸으로 느꼈다. 타인이 아닌 본인이 주체가 되는 삶의 가치를. 그런 시간을 살다 간 닐이 죽음을 선택한 것은 오히려 닐이 그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여겼단 사실을 보여 준다. 만약 닐이 죽지 않고, 아버지의 명령을 따라 자신의 꿈을 접고 사관학교로 가 의사가 될 준비를 했더라면, 그랬더라면 닐은 이후에 행복했을까? 의사가 되고 나서 배우가 되면 되지 않느냐고? 닐에게는 당장의 꿈이 너무 간절했다. 의사가 되기 위해 긴 시간 꿈을 잊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닐에게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닐의 선택을 존중한다.
7~8. 카메론의 고발 -> 희생양이 된 키팅 선생
학교는 닐의 죽음에 대해 희생양이 필요했고, 처음부터 키팅 선생의 지도법이 썩 탐탁지 않았던 카메론은 결국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재를 고발한다. 그로 인해 키팅 선생이 죄를 뒤집어 쓰게 되어 해고 절차를 밟는다. 키팅 선생 대신에 임시로 닐의 반 영어 교사를 맡게 된 교장은 수업에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서문을 읽게 하지만, 진작에 키팅 선생이 모든 아이들로 하여금 서문을 찢게 하였으므로 그 누구도 서문을 읽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키팅 선생은 자신의 물품을 가지러 반에 들어오고, 토드는 고민하다가 벌떡 일어나 키팅 선생에게 그들 모두 해고 동의 서명을 강요 받았다고 말한다. 교장은 그에게 조용히 하지 않으면 퇴학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키팅 선생이 반을 나가기 직전 토드는 책상 위로 올라가 "O captain, my captain!"이라는 영화 속에서 매우 상징적인 시 구절을 읊는다. 그런 토드를 보며 <죽은 시인의 사회> 구성원들도 하나둘씩 책상 위로 올라가 키팅 선생을 바라보며 해당 구절을 읊는다. 오 캡틴, 마이 캡틴. 그렇게 반의 다반수가 책상 위로 올라가 키팅 선생에게 존경을 표하고, 그는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장면에서 두 번째로 운 것 같다. 한 명의 용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힘이 있는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달았고,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심어 준 도전 정신과 시를 향한 사랑은 아주 오랫동안 이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또한 키팅 선생의 교육 방법을 좋게 보았던 다른 선생이 그가 했던 것처럼 학생들이 정원을 걸으면서 가르침을 받도록 하는 걸 보며, 훌륭한 지도자의 영향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미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나 역시 키팅 선생의 교육 방법을 보며 저런 교육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에.
기억하고 싶은 메세지들
최근에 대학교 1학년 때 글쓰기 수업을 가르치셨던 교수님의 카톡 프로필 배경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 사진에는 다음과 같은 시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지금부터 오래오래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하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 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난 길 택하였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이 글을 읽는 순간 나의 이야기라고, 내가 평생 마음에 가지고 갈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사람들이 덜 지나온 길임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달라졌고, 앞으로 걸어갈 길 역시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개척해 나가는 길이기에, 나만이 알아낼 수 있는 길이기에 내 앞에 놓인 길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든다. 어쨌거나 위 글을 언급하는 이유는 영화 속에 이 내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아마도) 키팅 선생이 이야기하며 학생들에게 독특하게 인생을 살라고 했던 것 같다. 기술은 삶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삶의 목적은 될 수 없다고. 자유로운 사색가가 되라고. 너의 시는 무엇이 될 것이냐고. 그 말을 들으며 또 한 번 가슴에 잔잔한 파도가 일었다. 나의 시는 무엇이 될 거냐고. 나의 시. 내 삶이 담긴 시는.
아무튼 기대 이상으로 감명 깊게 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였다. 많은 이들에게 가닿았으면 좋겠는 작품. 학생, 직장인 상관없이 모두가 살아생전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영화인 것 같다. 만약 당신이 이 영화를 보았다면,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느낀 바가 있었다면 댓글로 남겨 주시라. 영화에 대해 함께 대화 나누고 싶다! 그럼 이만 여기서 글을 줄인다. 모두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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